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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출발선’ 중증장애인 인턴들, 꽃길만 걷자
 

‘서울시 중증장애인인턴제’ 연수 마지막날 풍경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7-04-07 15:57:37

 

관련기사- 사지마비장애인 심장 달궈 준 “중증장애인 인턴제”
    7일 여의도 윤중로에 드디어 벚꽃이 피었습니다. 여의도 벚꽃축제는 지난 1일 시작됐지만 이상기온으로 인해 애를 태웠는데요.

낮 기온 20도가 넘나드는 따뜻한 날씨 속 모습을 드러낸 벚꽃은 반갑고 고맙기도 합니다. 윤중로 바로 옆 여의도 이룸센터에서도 오랜 기다림 뒤 꽃을 피울 중증장애인 21명이 있습니다.

장애로 인해 기존 노동시장에서 배제된 이들은 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통해 총 9개월간 ‘중증장애인인턴제’ 인턴으로 근무하며 맞춤식 훈련과 취업경험의 기회를 제공받게 됩니다. 기획 및 회계부터 기본사업, 선택사업, 특화사업 등 센터 업무 전반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현재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서울시에서 각각 진행되고 있고요.


 
 6일 해냄복지회 주최 ‘2017 서울시 중증장애인인턴제’ 인턴 연수 마지막 날 모습.ⓒ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 6일 해냄복지회 주최 ‘2017 서울시 중증장애인인턴제’ 인턴 연수 마지막 날 모습.ⓒ에이블뉴스     
기자가 찾은 이곳은 5일간 진행된 해냄복지회 주최 ‘2017 서울시 중증장애인인턴제’ 인턴 연수 마지막 날입니다. 그동안 인턴제의 이해부터 직장예절, 스피치교육, 자신감 향상, PPT교육 등 여러 교육을 거쳐 마지막 선배와의 만남을 통해 노하우를 전수받고 수료하는 것이죠.

“인턴 첫 월급으로 세 아이들에게 치킨과 피자를 사줄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지난해 굿잡자립생활센터 인턴으로 활동했던 이원준씨는 8년간 직업군인으로 일했습니다. 그가 장애를 입기 전 사진들이 PPT 화면에 나오자 “와 잘생겼다”는 탄성이 나올 만큼 수려한 외모를 가졌죠. 나라에 충성하며 아이도 셋 이나 낳은 단란한 가정의 가장이었지만, 2011년 자전거사고로 사지마비장애인이 됐습니다.

2년4개월의 병원 생활 중 그의 고민거리는 “나가서 무엇을 할 것인가”였습니다. 다시 세 아이를 업을 순 없지만 세 아이의 버팀목이 돼야 했기에 ‘직업’이 너무나 절실했죠. 그렇게 지난해 시작한 8개월간의 인턴생활은 사지마비인 그의 심장을 달궈줬습니다.

매일 두 번의 장애인콜택시 환승을 통해 경기도 부천과 강남을 오가며 의지와 상관없이 오후12시에 도착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센터에서는 장애특성을 이해하며 탄력근무를 적용시키며 죄송함을 덜 수 있었답니다. 근무 동안 자존감 향상, 직업능력 향상, 경제적 독립, 권익옹호 등을 느꼈다는 원준씨. 그는 새내기 인턴들에게 당사자 목소리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굿잡자립생활센터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던 이원준씨가 후배들에게 조언하고 있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 지난해 굿잡자립생활센터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던 이원준씨가 후배들에게 조언하고 있다.ⓒ에이블뉴스     
 “예전에는 시위에 거부감이 들었어요. 그런데 센터에서 일하며 장애인이 힘이 없다는 것, 그리고 그냥 얘기해선 들어주지 않는다는 진실을 알게 됐어요. 앞으로 장애인으로 살아가면서 권익옹호에 뒷걸음질 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지난해 받은 인턴 첫 월급 중 로또 5000원만 남기고 모두 저금했다는 발달장애인 정인태씨(36세, 자폐1급)는 올해도 인턴제 연수를 받습니다. 식품회사 등 5곳의 이직을 통해 지난해 문화날개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8개월간 인턴으로 근무했지만 정규직 전환 과정 중 문제가 생겼답니다.

인태씨 표현을 빌리자면 구에서 예산이 마이너스고 센터에서 채용할 여건이 안됐답니다. 그래서 소장님이 개인 활보를 할 것인지, 실업급여를 받을 것인지 선택하던 중, 활보를 하면 돈이 안돼서 일단 실업급여를 받았고, 이제 고용센터에다가 법적으로 신고를 했다네요. 인턴을 하며 광화문 부양의무제 폐지 서명도 해보고, 동료상담기초생활, 재봉틀교육 등을 진행했다는 인태씨. 무엇이 가장 기억에 남냐고 물었습니다.

“장애인이 있길래 엘리베이터를 한번 태워줄려고 했어요. 몸을 잘 못 움직이는 사람이길래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사람에게 조금 기달려달라고 했어요. 근데 엘리베이터 타는 사람이 문을 닫아버리고 다음 꺼 타라고 하는 거예요. 생각이 있는 사람이지 없는 사람인지 의심이 가는 거예요. 생각이 있으면 배려를 해줘야 하는 거잖아요. 양심이 있다던가. 생각이 있다던가 그러면은.”

아마 인태씨는 인턴으로 활동하며 ‘권익옹호’에 큰 영감을 받았나 봅니다. 기자와 말을 나누는 중간 중간 스마트폰에서 자신이 활동했던 모습을 보여주느라 바쁜 인태씨는 올해 세계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학생, 문화날개장애인자립생활센터 2번째 인턴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예정입니다.


 
 지난해와 올해 2년째 중증장애인 인턴으로 활동할 발달장애인 정인태씨.ⓒ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 지난해와 올해 2년째 중증장애인 인턴으로 활동할 발달장애인 정인태씨.ⓒ에이블뉴스     
연수 내내 똘망똘망한 눈빛을 보내준 김준희씨(27세, 여, 뇌병변1급)는 사회복지사 자격증 취득 후 구직활동을 했지만 수많은 실패를 했습니다. 장애인고용과 관련 없는 치료센터, 심지어 복지관까지 지원했지만 ‘경력이 없다’는 이유로 고배를 마셨답니다.

‘내가 고용될 수 있는 곳이 어딘가’ 하던 중 인턴제 공고문을 발견했다는 준희씨. “연수 받는 게 너무 좋고 행복해요”란 소감을 밝히는 준희씨는 활짝 웃었습니다. 사회생활의 첫 단계이면서 이제 시작하는 설렘이 너무나 좋다는데요. 이 사전교육을 통해 준비할 수 있어서 다음 주 출근길이 너무 기다려진답니다.

취업시장이 침체됐다는 연일 뉴스 보도 속, 어쩌면 ‘인턴’은 결국 비정규직이 아니냐란 의문을 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증장애인들은 직장생활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비장애인에 비해 극히 제한적이고, 흔한 아르바이트조차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사자들에게는 인턴의 기회조차 감사하고, ‘취업성공의 열쇠’인거죠.

실제로 지난해 12월 기준 인턴제를 통해 정규직 전환 비율은 서울시 인턴제의 경우 2년간 42명 중 23명 취업,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인턴제 지난해 수료인원 241명 중 171명 취업, 정규직 전환률 71%를 기록했습니다. 이날 연수를 마친 21명의 인턴은 당장 다음 주부터 각 센터에서 첫 출발을 합니다. 월 141만원, 최저임금 105% 수준의 급여로 오전 9시부터 오후6시까지 어엿한 직장인으로 꽃을 활짝 필 중증장애인 인턴들의 첫 출발을 응원합니다. 정규직이라는 ‘꽃 길’만 꼭 걸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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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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