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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사)한빛회(장애 당사자들의 모임) 사무실에서 천안시장애인의 날 행사에 대한 회의가 있던 날. 시계를 보니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석하기로 한 시간이 다되어 간다. 회의를 끝마치기도 전에 부리나케 나오려 하니, '무슨 학교운영위원까지'하는 눈총을 보내는 것 같다. 순전히 아들 때문에 참여하는 학교운영위원회는 오늘따라 보고사항과 안건들이 두툼하게 올라와 있다. 검토하며 의견을 주고받는데 몸이 나른하고 피곤해 자꾸 눈을 비빈다. 이렇게 회의가 이어질 때는 집중력이 떨어진다.

그런데 그때 몸이 바짝 긴장하며 특유의 귀와 눈과 감각을 빨아들이는 어느 선생님의 보고가 있었다. 통합교육을 받는 특수교육 대상 즉, 장애를 가진 학생의 학업성적처리에 대한 규정이었다. 학교에 나오지 못하고 집에서 학습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중복장애를 갖고 있는 학생의 성적처리에 대한 안건이었다. 특수교육 담당교사의 자문을 얻으니, 인지능력과 의사표현이 가능하지 않아 평가하기가 어렵단다. 그래서 평가절차 없이 인정점을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분명 세 살 때부터 장애를 가진 나로서는 도저히 체력장 검사기록이 나올 수 없는데도 버젓이 친구들과 똑같은 숫자로 남아 있다. 엄마의 치맛바람이 그렇게 만들었지만 그때의 학창시절이 부끄러우며 욕되기까지 하다. 그러니 그 학생에게 오래도록 남을 시험과 평가는 맞춤형의 차별화된 공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냥 선생님의 견해로 인정점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시 보완해 안건으로 올리겠다는 말을 듣고 일단락되었다.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 그것 때문에 분명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그런가 하면 장애인이기 때문에 해낼 수 있는 일도 있다. 아니, 장애를 가진 사람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 이 세상에는 반드시 있다. 눈앞의 상대가 곤란을 겪고 있으면 언제라도 손을 내밀 수 있는 예민함과 '널 사랑하는 마음은 누구한테도 뒤지지 않는다'는 감각. 약함의 구석구석을 보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 이것은 항상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기를 바라는 경쟁사회에서 잃어가는 것을 지키는 우리의 몸짓이 아닐까.

가방을 들어주고, 휠체어를 밀어 주면 된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아이가 있다면 옆자리의 친구가 노트정리를 도와주면 된다. 그러면 장애인이라고 한 묶음으로 솎아내졌던 사람들도 똑같이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직업을 찾을 수 있다. 문화를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가시밭길 속으로 내동댕이쳐진 삶을 혼자서 낑낑거리며 오르게 하고 있지 않은가.

이 순간에도 장애아의 부모가 보통교육을 희망하면 "당신네 아이를 위한 학교가 있는데 왜 그곳으로 보내지 않느냐”며 고집스럽게 특수학교를 강요한다. 그것은 장애를 가진 아이 때문에, 내 아이에게 소홀하지 않을까 하는 이기적인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가치관이란 정말 다양하다. 그런데도 장애인이기에 매력을 느낀다고 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장애가 장벽이 되어서는, 더더구나 변명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장애는 특별함이 아니라 평범함이기 때문이다.

박광순(사단법인 한빛회 대표)

'중앙일보 천안·아산'은 독자세상에 글을 보내주신 독자 가운데 매주 한 명을 선정, 식사권(4인가족 기준)을 증정합니다. 식사권은 중식당 슈엔(천안 두정동), 해물샤브샤브전문점 스팀폿(천안 쌍용동), 한우전문점 조은한우(아산 배방), 패밀리레스토랑 빕스(천안 신부동)에서 협찬합니다. ※ 4월 9일자 당첨자는 이명순씨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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