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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칼럼] 현 장애등급 재심사는 일종의 '학살행위'...장애 판정의 원칙으로 되돌아가야
2010년 05월 03일 (월) 10:03:21 이태곤 기자 a35270@hanmail.net
뭘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느냐고 탓할지 몰라도 나는 이걸 장애인들이 맞닥뜨린 재앙이라고 정의 내리겠다. 사람을 불안하게 하고, 공포에 떨게 하고, 가지고 있던 쥐꼬리만한 무엇을 강제로 빼앗아 간다면, 이건 재앙이라는 말 외에 다른 그 어떤 말로도 이 부조리한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

한 중증장애인가, 목이 메어서 말을 채 이을 수 없는데,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부인 할 수 없는, 햇볕 들지 않는 골방에 처박혀 있는. 말도 제대로 못하고 혼자서는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용변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그래서 말 그대로 지옥에 사는 한 중증장애인이, 그나마 한 달 13만원의 장애수당과 하루 2시간의 활동보조인 지원서비스를 받아 질긴 목숨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누구는 지팡이를 짚고 겨우 일어나 걸을 수 있다는 이유로, 누구는 숟가락을 움켜쥘 수 있다는 이유로, 누구는 혼자 화장실에 가지 못하는데 단지 요의를 느낄 수 있다는 이유로, 너는 더 이상 장애인이 아니기 때문에 생명줄인 수당과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통보를 받게 됐고, 앞으로 사망선고를 받을 처지에 놓여 있다.

그래서 조금 과장하자면, 연초부터 시행되고 있는 중증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장애등급 재심사는 사실상의 학살행위라고 지칭 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학살 행위라고 격한 표현을 사용한 이유를 적시하면, 냉정하게 얘기해서 이 땅에서 사실상의 장애인은 장애 등급 1급 장애인들 뿐이기 때문이다.

장애인들은 1급 장애인이 돼야 그나마 장애수당을 받고 활동보조인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1급을 제외한 나머지 장애인들은 그 어떤 피부에 와 닿는 복지 서비스도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현실이 이런데, 정부는 그나마 쥐꼬리만한 예산으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얼마 되지도 않는 1급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솎아내기 작업에 들어가, 사실상 장애인 숫자를 줄이려고 하고 있다.

나는 정부가 모를 리 없다고 생각한다. 장애인을 병자로 취급해서 의료적인 기준으로만 재단해서 등급 판정을 하지 않고, 장애 등급 심사의 원칙인, 장애인이 어떤 처지에 놓여 있고, 어떤 환경에서 살고 있는지, 사회적인 환경을 먼저 고려하고, 장애인이 사람답게 살려면 최소한 어떤 복지서비스가 필요한지를 고려해서 장애 등급 판정을 하면, 이 땅에 1급 장애인이 넘쳐나고 또 넘쳐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게 장애판정과 관련된 어둠속에 꽁꽁 감춰진 진실이라는 사실을 정부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결국 정부는 진실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장애판정과 재심사에서 까다롭게 선을 그어 장애인들에게 이 선을 넘지 말라고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정부가 장애판정의 진실을 외면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장애인들의 반발이 집단화되기 전에 장애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단지 걷는다고 장애 1급에서 탈락 시키는 작금의 무식한 장애 판정과 재심사를 집어치우고 장애 판정의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장애인들이 장애인 등록을 왜 하는가, 장애인이 왜 장애인임을 스스로 드러내는가, 까닭은 바로 장애인으로 살기 힘들기 때문에 필요한 복지서비스 혜택을 받기 위해서다. 그러면 정부는 장애인이 장애로 인해 그 무엇이 불편하고, 장애로 인해 그 무엇이 필요하다면, 불편한 걸림돌을 제거해 주고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해 주면 된다. 여기에 1급에서 6급이라는 장애 등급 급수는 불필요한 곁가지일 뿐이다.

장애인 개인이 놓여 있는 환경은 다 다르다. 그리고 장애인은 차별받고 있기 때문에 복지서비스가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그래서 국가는 국민인 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듣자니 외국에서는 장애 판정을 병원이 아닌 장애인 복지 지원 서비스 센터에서 진행해서 중증 경증 장애인 가리지 않고 장애인에게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엉뚱한 짓 하지 말고 현존하는 사례에서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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