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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7월 시행되는 장애인연금법 문제점
2010년 05월 06일 (목) 12:06:45 남병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교육국장) webmaster@cowalknews.co.kr

“작은 차이가 큰 불편이 되지 않는 사회, 이것이 우리가 꿈꾸는 대한민국의 미래이다. 최후의 복지는 일자리라고 생각한다. 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더욱 많이 만들도록 하겠다. 일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은 국가가 보살피고자 노력할 것이다. 7월부터 중증장애인들에게 장애인연금이 지급될 것이다. 장애인들이 더욱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노력하겠다.”

지난 4월 20일, 30년째를 맞은 소위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 보낸 이명박대통령의 영상메시지다. 정부가 만든 ‘장애인연금’을 가지고 복지 운운한 것은, 정부가 만든 ‘장애인의 날’만큼이나 기만적이고 역겨운 것이었다.

장애인계가 그토록 염원했고, 7년이 넘게 제도화를 위해 노력해왔던 장애인연금은 이런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주관적 기대와 노력에 미치지 못한 정도를 넘어, 어디를 봐도 장애인연금이란 이름을 가질 수 없는 제도가 되어버린 것이다.

   
지난해 8월 '중증장애인 기초장애연금법안' 공청회가 열리자 장애인계는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점거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전진호 기자
장애인연금의 문제점은 이미 수없이 많이 지적됐다. 지난해 정부안이 드러났을 때 모든 장애인계의 분노와 반발은 대단했다. 장애인계의 항의로 공청회가 무산되기도 하고, 장애인계의 항의성명이 수십 차례나 연이어 발표됐다. 그럼에도 정부는 장애인계를 무시하고 장애인의 현실을 무시하고 기만적 제도를 강행했다.

보편성 상실한 장애인연금

장애인연금은 경증장애인을 배제하는 보편성없는 제도이다
장애인연금의 수급대상은 중증장애인, 즉 1,2급 등록장애인 및 3급 등록장애인 중 대통령령으로 정한 장애인으로서, 대상자와 배우자의 소득과 재산의 평가액이 일정 금액 이하인 저소득층으로 제한되어 있다.

정부에서는 그동안 약 50만 명의 중증장애인 중 19만 명만이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으로서 장애수당을 받았지만 연금제도가 시행되면, 전체 수급대상은 약 32만5천명으로 늘어난다고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고작 전체장애인 중 13%에만 해당되는 장애인연금제도가 어느 나라에 있었던가?

장애수당이 장애로 인한 사회적 추가비용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라면, 장애인연금은 소득의 보전을 위한 것이다. 소득의 보전이란 결국 노동시장에서 배제되어 있는 장애인의 생계대책을 의미하는 것이다. 중증과 경증을 기계적으로 나누는 타당성 문제는 미루어두더라도, 한국사회에서 중증장애인만이 노동시장에서 배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상식이다.

2008년 장애인실태조사에는 장애인가구의 소득은 일반 가구소득의 50%에 불과하고, 경증장애인의 실업률이 7.7%로 국민 평균 3.3%의 두 배가 넘었고, 경증과 중증장애인의 빈곤율 차이가 10% 정도에 불과했다.

사회적 추가비용의 차이로 인한 수급액 차이는 존재할 수 있겠지만, 장애인연금이란 마땅히 개인소득이 일정액 이하인 모든 장애인에게 보편적으로 지급되어야 할 것이다.

급여액은 장애인연금의 취지와 목적을 무색하게 하는 기만적인 것이다
장애인연금은 ‘소득보전’을 위한 ‘기초급여’와 ‘사회적 추가비용의 보전’을 위한 ‘부가급여’로 이루어져 있다. 기초급여액은 국민연금가입자 전체 평균소득월액의 5%로 정하고 있고, 부가급여액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장애인연금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훨씬 전, 이미 지난해 12월 31일에 한나라당이 날치기로 장애인연금예산을 3천185억 원에서 1천519억 원으로 반토막 냈을 때, 기만적 장애인연금이 만들어질 것은 결정이 난 상태였다.

예산안에는 이미 약 32만5천여 명에게 ‘기초급여’ 월 9만1천 원씩, 거기에 ‘부가급여’로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월 6만원, 차상위계층에는 월 5만원씩을 지급하는, 최대 월 15만1천원짜리의 장애인연금제도가 설계되어 있었던 것이다.

   
ⓒ전진호 기자
기초급여 월 9만1천원이 소득 보전이라니!
부가급여 월 6만원이 추가비용 보전이라니!

기초급여액을 국민연금가입자 전체 평균소득월액의 5%로 정한 것은 기초노령연금액과 맞춘 것인데, 그다지 합리적 이유는 없어 보인다. ‘장애인’과 ‘노인’의 환경은 다르다. 65세 이상 노인의 월평균소득이 58만4천원인데 반해, 중증장애인의 월평균소득은 39만5천원으로 67%에 불과하다.

복지부의 실태조사에서도 중증장애인의 추가소요 비용은 월 20만8천원 수준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부가급여의 급여액은 고작 수급자 월 6만원, 차상위계층 월 5만원에 불과하다.

장애수당과 부가급여는 모두 사회적 추가비용의 보전을 위한 것으로 그 성격이 같다. 장애인연금이 기초급여와 부가급여로 구성됨에 따라, 장애인연금 대상자는 기존의 장애수당이 자동으로 중단되게 된다.

장애인의 입장에서는 결국 월 13만원, 12만원 받던 중증장애수당이 15만1천원, 14만1천원 받는 장애인연금으로 이름만 바뀐 것에 불과하다. 3년 동안 동결됐던 중증장애수당이 2만1천원 올랐다고 생각하는 것이 속편할지도 모르고, 어쩌면 그것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도 있을 것이다.

 

다른 나라의 장애인연금은 최저생계비 혹은 최저임금 기준을 이야기하는데, 대한민국은 고작 9만1천원으로 소득보전을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이 서글프기까지 하다. 일본의 경우 1급장애연금은 월 8만2천 엔이 넘어 최저임금의 2/3수준이며, 2급장애연금은 월 6만6천 엔으로 기초노령연금액과 같은 수준이다. 유럽의 많은 국가들은 이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에도 이에 준하는 기준을 적용하자면 급여액이 월 50만 원 이상은 되어야 장애인연금이라 불릴 자격이 있을 것이다.

장애인연금은 연금다워야 하고 사회서비스는 사회서비스다워야 할 텐데, 저들이 이야기하는 복지란 언제나 요란하게 치장하고 떠들어대기만 할 뿐, 정작 장애인의 삶을 지지하는 버팀목으로 쓰이기 어려운 것들이다.

   
ⓒ이준호 객원기자
3년간 동결된 장애수당 2만1천원 올랐다고 만족해야 할까?

이명박 정부는 이토록 기만적인 장애인연금과 활동보조서비스마저 대상을 더 잘라내고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장애등급심사를 강행하고 있다. 장애인들은 장애인연금에 대한 기대보다 무자비하게 장애인을 잘라내는 장애등급심사의 공포에 떨고 있다. 장애인연금을 받고 자립생활을 꿈꾸어야 할 장애인들이 장애등급심사의 공포에 활동보조서비스조차 신청하지 않고 있다. 실로 장애인에 대한 공포정치다.

장애란 의학적인 기준으로 사람의 몸을 잠깐 저울질해서 이해할 성질의 것이 아닐진대, 저들은 장애인들 관리하고 통제하기 편리하도록 장애등급심사를 강화해서 장애인들 줄세우기에 여념이 없다. 소득보전은 생활비를 보장해야 하며, 추가비용은 그대로 보전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사회서비스는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보장되어야 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갈라놓고 장애등급을 저울질로 판별하겠다는 오만한 정부, 예산이 없다며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의 권리를 마음대로 짓밟는 폭력적인 정부 밑에서 장애인연금이 만들어진 것은 장애인들에게 재앙이다.

저들이 말하는 장애인연금과 장애인들이 꿈꾸었던 장애인연금이 이토록 다름이 판명됐다. 저들이 말하는 장애인복지, 저들이 말하는 자립생활, 저들이 말하는 장애인들이 행복하게 사는 사회가 우리의 그것과 다르다는 것도 수없이 입증됐다.

되물어 보고 싶다. 저들의 기만적 복지에 우리는 얼마나 선명하게 맞서 싸웠는가? 우리는 얼마나 스스로의 꿈과 권리를 표현하고 입증했는가?

비록 기만적인 껍데기로 시작된 장애인연금이지만, 아직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장애인계가 다시 온 힘으로 부딪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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