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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걷지도 못하던 아이가 “이랴 이랴”

“수신제가(말 이름)야, 안녕! 오늘도 재미있게 잘 태워줘.” 뇌성마비 장애아인 치연이(9)가 말의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인사를 건넨다. 허리를 쭉 펴고 자세를 잡으며 “출발!”을 외치자 말이 걸음을 뗀다. “하나 둘, 하나 둘!” 우렁찬 구령소리에 맞춰 말이 걸을 때마다 치연이 엉덩이도 실룩실룩 함께 움직인다. 곁에서 붙잡아주지 않으면 혼자 잘 걷지 못했던 아이. 말이 무섭다고 울지는 않을지, 쓰기 싫은 모자를 벗어 던지고 선생님을 때리진 않을지 엄마는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치연이는 승마를 한 뒤 몰라보게 좋아졌다. 걸음걸이가 자연스러워지고 자신감이 생긴 게 가장 큰 변화. 엄마는 “이제는 계단도 혼자 손잡이를 잡고 오르내리고, 학교 미술시간에 말 그림을 그려 발표도 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말 위에서 균형 잡으니 걸음걸이 예뻐져

자원봉사자와 고리 끼우기 놀이를 하고 있는 윤상연(6)군. 승마로 균형감각을 키우는 동시에 눈과 손의 움직임을 발달시킨다. [삼성전자승마단 제공]
치연이 같은 뇌성마비 장애인은 똑바로 걷기가 어렵다. 흔들리지 않고 혼자 걸으려면 균형을 잡고 잘 서 있는 것부터 돼야 한다. 하지만 자세를 유지하는 힘이 부족해 서 있는 것은 물론 걷는 것조차 부자연스럽다.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권정이 교수는 “말 위에 앉아 있으면 말이 움직일 때마다 골반과 고관절이 움직여 균형감을 키우게 된다”며 “뇌성마비 어린이는 보폭이 넓어지고 걸음이 빨라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말을 수단으로 장애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른바 재활승마다.

재활승마는 신체·정신적 장애를 가진 사람이 승마를 즐기는 것. 승마는 장애인에게 신체적으로 관절의 움직임과 균형감각·지구력·근력을 강화시키고, 정신적으로는 독립심과 자신감·판단력·집중력을 키운다.

한국마사회 신정순 재활승마 치료사는 “아이들이 치료가 아니라 말 타고 논다고 여겨 매우 좋아한다”며 “마장에서만 웃는 게 아니라 학교와 가정생활도 밝아진다”고 말했다.

장애아 재활치료엔 조랑말 이용

몸이 불편한 아이가 말을 타는 게 위험하지는 않을까. 재활승마를 하는 장애아 곁에는 최소 4명의 어른이 달라붙어 안전을 책임진다. 앞에서 말을 이끌고 장애아 양 옆에서 낙마를 방지하는 자원봉사자 3명과 말을 조련하는 지도사 또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운동을 진행하는 치료사 1명이다.

장애아를 위한 재활승마에는 일반 말(400~500㎏)보다 작은 조랑말(200~300㎏)을 쓴다. 큰 말에 앉았을 때 전달되는 움직임은 아이들에게 너무 커 의미가 없다. 반면 조랑말은 아이들이 걸을 때 느껴지는 진폭과 비슷하고, 성격이 온순해 재활승마에 적합하다.

1952년 올림픽 이후 재활승마 본격 발전

재활승마는 기원전 400년께 고대 그리스 문헌에 ‘부상당한 병사를 말에 태웠더니 치료효과가 있었다’는 내용을 기원으로 한다. 실제 두 차례 세계대전을 겪으며 승마가 부상자의 신체기능 향상과 정서안정에 도움을 줬다.

재활승마가 본격적으로 논의된 것은 1952년 덴마크 헬싱키 올림픽 때부터. 소아마비로 양하지마비 장애를 가진 리즈 하텔이란 여자 선수가 남녀와 장애·비장애인 구별 없이 승마의 마장마술 부문에서 은메달을 거머쥐면서다. 두 발로 땅을 디딜 때는 장애를 느꼈을지언정 말 위에서는 일반인과 같은 자유를 누린 셈이다.

이후 영국과 미국·캐나다·독일·호주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재활승마 발전을 위한 협회가 설립됐고, 1980년 세계장애인승마연맹이 창립돼 활동하고 있다.

“뇌성마비 장애아 80% 운동기능 호전”

우리나라는 2001년 삼성전자승마단이 뇌성마비 장애아를 대상으로 재활승마의 첫 문을 열었다.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와 연계한 이 프로그램을 통해 현재까지 540명이 재활승마를 경험했다. 관찰 결과 물리치료와 재활승마 치료를 병행한 이들 중 80%가 걷기·뛰기·눕기·앉기 등 대동작 운동기능이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는 한국마사회와 신촌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가 협력한 재활승마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주 1회 30분씩 8주간 무료로 진행되는 재활승마를 받으려면 해당 기관과 연계된 병원에서 ‘말을 타도 된다’는 의료진의 판단이 있어야 한다.

삼성전자승마단 이지영 재활승마치료사는 “안전사고에 대비해 사전 검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운증후군의 15%에서 나타나는 경추불안정은 작은 충격에도 사지마비가 오고, 갑자기 간질이 발생할 경우에도 말이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최근에는 지역 내 장애인복지관이나 사회복지회·보건소 등 다양한 기관에서 재활승마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참가를 원한다면 각 홈페이지를 통해 모집시기와 대상인원을 확인할 수 있다.

이주연 기자 @4d4e81d3f9219886bcadb3dc9b503f82@h*@4d4e81d3f9219886bcadb3dc9b503f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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