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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제가 큰일을 한 게 아닌데 이렇게 상을 받으니, 정말 받아도 되는 건가 싶네요. 앞으로 더욱 열심히 다른 사람을 도우며 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올해 ‘서울시 장애인 복지상’ 대상 수상자는 ‘엎드려 휠체어를 수리하는’ 1급 지체장애인 김인호씨(34)다. 서울시에서 만든 서울시 장애인 복지상은 장애인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사회통합에 기여한 시민에게 주는 상으로 올해로 5회째를 맞는다.

그는 장애로 인한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다른 장애인에게 큰 용기를 줬다는 점에서 올해 대상을 수상했다. 그는 과연 어떻게 다른 장애인에게 용기를 줬을까. 김씨를 그의 직장인 성동장애인종합복지관 부설 성동장애인생활클린세터에서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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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울시 장애인복지상’ 대상을 수상하는 김인호씨의 모습.

그가 휠체어 수리 사업에 뛰어든 이유
그는 자신이 개발한 ‘엎드려 운전하는 전동 휠체어’에 탄 채 다른 장애인의 휠체어를 수리한다. 전동휠체어와 스쿠터를 맞춤제작하는 한편, 보장구를 세척하고 충전하는 일도 한다. 여기에 장애인들의 생활 고민을 해주는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그가 날 때부터 장애인이었던 것은 아니다. 1998년 교통사고를 당한 그는 척추를 다쳐 하반신을 쓸 수 없는 1급 장애인이 됐다. 사고 나고 3년간은 고향에서 아무 것도 하는 일 없이 지냈다.

당시에는 가족들이 도와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는 “할 일 없이 집에만 있으니 몸만이 아니라 마음까지 장애를 입고 빈곤해지는 것 같더라”며 “비록 장애를 가지게 됐지만 나 자신을 잃고 싶지는 않아 사회 활동에 도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립재활원에 들어가 재활훈련을 하며 휠체어 이용법을 배웠다. 쉽지 않았지만 밝은 내일을 꿈꾸며 온 힘을 쏟아 부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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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장애인생활클린센터에서 엎드린 자세로 휠체어 수리하고 있는 김씨. 그는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 “하나도 힘들지 않다”며 웃음 지었다.

재활에 성공한 그는 취업하기 위해 장애인 취업 박람회를 돌아다녔다. 면접에는 3군데 합격했지만 막상 가보니 모두 장애인 시설이 갖추지 못한 상태라 눈물을 머금고 돌아서야 했다.

그러던 중 김씨는 지인으로부터 사회복지 공부를 해보라는 권유를 받고, 2005년 대학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했다.

“졸업한 뒤 성동장애인종합복지관 담당자께 휠체어 수리를 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는데, 정말 적성에 딱 맞더라고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에게 휠체어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휠체어를 수리하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초 서울시 장애인 보장구 처리사업에 계약직으로 지원했다. 그리고 서울시 장애인 보장구 처리사업 계약직으로 출장 수리를 시작했다. 차를 구입하고 집집마다 방문하며 휠체어 수리를 해나갔다.

엎드려 수리하는 열정
하지만 그는 교통사고 이후 엉덩이쪽에 생긴 욕창 때문에 오랜 시간 동안 앉아있을 수 없었다. 이에 그는 휠체어를 개조해 엎드려 작업할 수 있는 전동휠체어를 제작했다. 앉아서라면 하기 힘들더라도 엎드려서라면 가능하겠다는 생각에서다.

그동안 휠체어 수리를 배우며 실전에서 익힌 노하우를 바탕으로 본인의 몸에 맞는 휠체어를 만든 것이다. 지난해 7월의 일이다. 이후 김씨는 보다 많은 장애인들의 휠체어를 돌볼 수 있게 됐다. 전동휠체어 스틱을 움직이기만 하면 어떤 작업이든 문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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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가 휠체어를 점검하고 수리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는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가 있었다. 휠체어 수리 출장을 갈 때마다 ‘주변에 휠체어 수리점이 없어 불편하다’는 장애인들의 고충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전거의 경우 동네마다 수리점이 하나씩은 있는데, 휠체어 수리점은 서울에서도 외곽에 몇 군데 밖에 없더라”며 “장애인이 휠체어 수리를 하려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불편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에 성동구청에도 건의하고, 복지관과 의논 끝에 지난해 8월 성동장애인생활클린센터의 문을 열었다. 현재 이 센터는 구청이 복지관에 위탁을 하고 김씨가 맡아 전반적인 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 김씨와 김씨를 보조할 공익요원 1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로서 성동구민이라면 누구나 가까운 거리에서 휠체어 수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성동구 기초생활수급자는 연간 20만원을 지원받고, 비수급자나 타지역인일 경우 부품비만 지원받는다.

동료 장애인들을 위해 ‘무료 상담’도
김씨는 동료 장애인들을 위해 센터 운영 시작과 동시에 ‘무료 상담’도 하고 있다. 대학시절 따놓은 사회복지사 자격증과 동료상담가 과정 이수 경험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김씨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교감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고, 같은 장애인들 사이에서만 통하는 이야기들이 있다”며 “서로의 처지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장애인들끼리 상담을 하면 고민도 더 쉽게 털어놓고 극복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씨에게 전화 상담을 하거나 센터로 찾아와 상담을 청하는 장애인들이 많다. 김씨는 장애에 대한 애로사항에서부터 몸에 맞는 휠체어를 고르는 방법까지 장애인의 생활 구석구석을 상담해준다.

그는 “아무래도 질적인 면에서도 훨씬 효율적이고, 상담을 원하는 분들의 만족도도 높다”며 “이렇게 다른 동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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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이겨내고 직접 휠체어를 개조해 동료 장애인들의 휠체어를 책임지는 김씨의 열정과 노력이 아름답다.

‘그 몸으로 뭘 하겠냐’는 편견을 이겨낸 사나이
하지만 이 같은 과정이 순조롭기만 했던 것이 아니다. 김씨가 휠체어 수리를 시작했을 무렵에는, 자신을 믿지 못해 수리를 맡기지 않으려는 동료 장애인들로 인해 속상한 적도 많았다.

한 번은 어떤 할머니로부터 ‘살려 달라’는 전화가 왔다. 다짜고짜 김씨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살려달라는 것이었다. 휠체어에 펑크가 나서 꼼짝없이 집에 있는데, 수리업체에 연락해도 일주일이 넘도록 오지 않고, 그래서 약이 떨어졌는데도 병원에 못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김씨는 구로동에 있는 할머니 집으로 찾아갔지만, 문전박대를 당했다. 김씨는 “할머니께서 나를 보자마자 확 굳은 표정으로 ‘뭐 하러 여기 왔냐’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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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전국의 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보조공학센터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꿈”이라고 밝혔다.

“할머니께선 당신 장애보다 더 심한 사람이 휠체어 수리를 한다니 믿을 수 없으니 돌아가라고 하시더군요. 속상해서 ‘못 고쳐도 좋으니까 상태를 볼 수라도 있게 해달라’고 말씀드렸어요. 그리고 수치를 해드렸죠. 수리를 끝내자 할머니께서 활짝 웃으셨어요. 아직도 그 미소가 생생합니다. 정말 감회가 새로웠어요.”

앞으로 이루어 갈 세 가지 꿈
김씨에게는 꼭 이루고 싶은 세 가지 꿈이 있다. 하나는 동료 장애인들이 형이나 동생으로 친근하게 다가가 마음 편히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 다른 하나는 앞으로는 우리나라 장애인 체형에 맞는 맞춤형 재활보조기구 개발에 앞장서고 싶다는 것이다.

또 그는 성동구민 위주의 생활클린센터를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보조공학센터로 만들겠다는 꿈도 꾸고 있다. 그는 “비록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장애를 느끼지 못 하며 생활할 수 있을 정도로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돕고 싶다”고 말했다.

휠체어를 수리하며 감동과 희망을 나누고 싶다고 말하는 김씨의 목소리가 믿음직했다. 동료 장애인이 맡긴 휠체어를 두고 다른 곳에 문제는 없나 하나하나 점검하는 그의 손길이 인상적이었다.

정책기자 정지은(대학생) jesther921@naver.com
등록일:2010.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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