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하반신 마비 지현곤씨 작품
ㆍ내년 중학교 국어책에 수록

“많은 사람이 보는 교과서에 내 그림이 실려 뿌듯합니다.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예요.”

장애인 카툰작가로 유명한 지현곤씨(49)의 작품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다.

26일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 따르면 하반신 마비 중증장애 1급인 지씨의 카툰 작품들이 올해 한 중학교 미술 교과서에 소개된 데 이어 내년 국어 교과서에도 실릴 예정이다.

그의 작품 ‘노아의 방주-무기 반입 금지’는 중앙교육진흥연구소가 펴낸 중학교 미술 교과서에 만화와 카툰을 설명하는 사례로 수록돼 있다. 내년에는 미디어를 풍자하는 내용의 ‘TV 리모콘’이 금성출판사의 중학교 2학년 국어 교과서에 포함돼 토론을 이끌어내는 예시로 활용된다. 또 ‘노아의 방주-TV속의 동물들’도 지학사의 중학교 2학년 국어교과서에 실릴 예정이다.

그의 작품은 필치가 섬세하고 정교해 예술성이 높을 뿐 아니라 장애를 갖고 살아온 삶에서 나오는 ‘울림’이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척추결핵을 앓아 다리를 쓸 수 없게 된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좁은 방 안에서 누워 지내왔다.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그는 동생이 빌려오는 만화책을 읽으며 한글을 뗐고, 고 고우영 화백 등의 만화를 베껴 그리며 그림 실력을 길렀다.

혼자 그림을 그려오던 그는 서울애니메이션센터와 인연이 닿으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지씨가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 “작품집을 내고 싶다”며 그림을 보낸 것을 계기로 기획전이 준비됐다.

마침내 2007년 7월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지현곤 카툰 기획전’이 열렸다. 시민들의 뜨거운 반응으로 8월에 또 한 번 전시회가 마련됐다. 그의 1·2차 전시회에는 1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갔다.

한 점을 완성하는 데 한 달 반 이상 걸릴 정도로 시간과 정성을 들인 그의 작품들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어려운 환경에서 일궈낸 그의 작품들은 해외에도 소개됐다. 이듬해 3월 한국 카툰작가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뉴욕 아트 게이트 갤러리의 초청으로 ‘가능성으로부터 현실로’라는 제목의 단독 전시회를 연 것이다. 한달여 만에 55점이 모두 판매되는 기록도 세웠다.

현재 경남 마산에 살고 있는 지씨는 “도와준 분들에게 감사하다”면서 “다른 사람에게 고마운 존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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