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장애 1급 김인안(56·여)씨는 지난 4일 특이한 여행에 나섰다. 서울시가 한국장애인문화협회 도움을 받아 국내 최초로 추진 중인 ‘장애인 맞춤 관광코스’ 시범투어단의 사전답사팀에 포함돼 서울 시내 고궁 등을 둘러본 것이다.
김씨를 포함한 시각 지체 청각 지적 장애인 6명은 오전 11시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경복궁을 향해 출발했다. 이들에게 닥친 첫 번째 난관은 계단이었다. 지하철역에 수백 개의 계단이 있었고, 고궁 안에서도 턱을 높인 계단을 만났다. 특히 휠체어를 타는 지체장애인들에게 궁궐 문턱은 마치 일반인이 궁궐 담장에서 느끼는 높이만한 위압감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다행히 우회로와 경사로가 마련돼 있어 휠체어 장애인들은 불편하긴 했지만 돌아갈 수는 있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판은 비교적 양호했다. 유적마다 점자판 설명이 잘 붙어 있었다.
오후 일정은 북촌마을 관광이었다.
점심을 마친 뒤 정독도서관까지 택시를 타고 이동해 북촌마을에 들어섰다. 지적장애인 박준호(20·호산나대1)씨가 앞장섰다. 매듭연구소와 사진촬영 명소인 한상수자수박물관 골목 등을 둘러봤다. 골목길을 둘러보는 데는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휠체어가 옛 한옥으로 된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대문턱이 아주 높았고 마루와 방으로 올라갈 경사로가 없었기 때문이다
경인미술관에 들어서니 홍순자(46)씨와 청각장애인 남편 신동원(53)씨는 수화 나누기에 분주했다. 쌈지길을 지나 만난 쌈지건물 광장에서 캐리커처 화가들의 그림솜씨를 감상하고 또 걸었다. 청각장애인 화가 한형학씨는 “나도 이런 그림 잘 그린다”며 연신 즐거운 표정이었다.
오후 6시쯤 전동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식당 ‘두대문집’에 들러 비빔밥을 먹고 일어섰다. 하루종일 장애인 관광 코스를 둘러본 장애인들은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얻은 점이 가장 좋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시는 5일부터는 일반 장애인, 일본 도쿄시 공무원 등과 함께 장애인 편의시설 점검에 나선다. 전양례 시 장애인복지과 기금사업담당은 “서울 시내에 10개 장애인 맞춤 관광 코스 시범투어를 벌이고 있다”며 “9월 말 전문가 회의를 통해 관광 코스를 확정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시는 장애인들이 맞춤 투어를 이용할 경우 여행 경비 일부도 제공할 방침이다.
글·사진=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