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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윤평호 기자]지난 21일 오후 천안의 한 택시회사 차고지. 차고지 한 쪽에 세워져 있는 차량 한 대가 눈에 띈다. 차종도 승합차로 일반 택시에 비해 크다. 차 전체가 노란색으로 도색된 차량의 정체는 '장애인콜택시.' 휠체어 장애인들의 탑승을 위해 리프트도 장착되어 차량 가격만 3000만 원을 호가한다.

당장 운행해도 문제될 것이 없어 보였지만 오랜 기간 제 자리에 세워져 있는 듯 장애인콜택시에는 잔뜩 먼지가 내려앉아 있었다. 자세히 보니 당연히 부착되어 있어야 할 자동차 번호판이 없었다. 멀쩡한 차량이 몇 달째 운행을 못하고 차고지만 지키고 있는 이유이다.

등록 불가로 놀고 있는 장애인콜택시 12대

등록미비로 사용못하고 있는 장애인콜택시의 모습.
ⓒ 윤평호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인구 30만 이상 100만 미만인 도시는 50대 이상의 특별교통수단을 확보해야 한다. 특별교통수단이란 이동에 심한 불편을 느끼는 교통약자의 이동을 지원하기 위해 휠체어 탑승설비 등을 장착한 차량을 말한다.

법적 기준 충족을 위해 천안시는 50대 이상의 특별교통수단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작년 9월말 기준해 시의 특별교통수단은 지체장애인협회에 위탁운영되는 장애인콜택시를 포함해 총 14대.

법적 기준에 미달하고 특별교통수단 확충을 요구하는 장애인계의 목소리가 커지자 천안시는 법인택시회사들과 협력해 특별교통수단을 늘리는 방식을 강구했다. 지난해 11월 시는 천안지역 12개 법인택시회사에 2009년 일반택시 증차계획을 공문으로 통보했다.

공문에서 시는 당초 계획한 2009년 일반택시 증차분 12대 말고도 리프트 등 장애인 이용편의시설을 설치한 장애인콜택시를 도입하는 택시회사에 한해서는 일반택시를 1대씩 더 증차 승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를 돕는다는 명분도 있고 추가적인 택시증차의 혜택도 누리기 위해 천안지역 12개 법인택시회사는 작년 12월 '장애인콜택시'를 1대씩 구입했다.

전동휠체어도 이용할 수 있는 리프트를 장착해 차량 가격이 1대당 3000여만 원인 장애인콜택시의 구입까지는 무난했다. 문제는 차량 등록과정에서 발생했다. 여객운수사업법상 승합차는 택시로 등록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일부러 수천만 원을 들여 구입한 장애인콜택시가 하루아침에 쓸모없게 된 것.

등록 불가로 운행을 못하게 된 장애인콜택시의 처리를 놓고 택시회사들과 천안시는 수차례 협의를 가졌다. 택시회사들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장애인콜택시를 천안시가 일괄 구매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천안시는 예산상의 부담으로 난색을 표명했다.

대안으로 시는 장애인콜택시 구매를 추진하는 다른 도시들과 천안지역 택시회사간의 거래 주선을 추진했다. 거래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복안도 있다.

천안시 교통과 심상철 운수팀장은 "하반기에 도비지원을 받아 1회 추경에 10대의 장애인콜택시 구입예산을 책정할 계획"이라며 "그때까지 장애인콜택시가 매각되지 않으면 시가 직접 택시회사들의 장애인콜택시를 매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 구입한 장애인콜택시 운행 시점 불투명

새로 구입한 장애인콜택시의 모습. 리모컨 조작으로 조수석이 바깥으로 회전한다.
ⓒ 윤평호

작년 12월 구입한 장애인콜택시 12대가 등록 불가로 운행을 못하게 되자 택시회사들은 지난 3월 '울며 겨자 먹기'로 1대씩의 장애인콜택시를 신규 구입했다. 택시 증차의 조건이었던 장애인콜택시의 도입·운영을 이행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신규 구입한 장애인콜택시는 일반 승용차 모델로 차량 가격은 1500만 원 정도. 전동 휠체어는 이용할 수 없지만 리모컨 조작으로 조수석이 바깥으로 회전하며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승하차를 돕는 구조이다.

새로 장애인콜택시가 구입됐지만 운행 시점은 불투명하다. 등록상의 문제는 아니다. 이번에는 운행에 따른 소요 경비의 부담 정도를 놓고 택시회사와 천안시간 이견이 대두되고 있다.

택시회사들은 요금 수입만으로는 충당이 어려운 장애인콜택시의 운행 경비 부족분 전액을 천안시가 지원해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천안시는 장애인콜택시와 일반택시의 요금 차액만 지원 가능하다는 입장.

허정호 천안시법인택시연합회 회장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도 중요하지만 천안시에서 장애인콜차량 운행 경비를 너무 택시회사들에게 과도히 부담 지운다"며 "요구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택시 증차승인을 반납하고 장애인콜차량 운행에 아예 응하지 않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시 심상철 운수팀장은 택시회들의 요구가 약속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심 팀장은 "택시회사들은 작년 말 장애인콜택시 도입·운영 신청서를 시에 제출하면서 장애인콜택시 차량구입 및 유지관리 등 소요경비는 회사가 부담하고 천안시는 택시요금 차액만 지원한다는 조건에 모두 동의했다"고 말했다.

다만 천안시는 장애등급 1, 2급의 중증장애인들로 장애인콜택시 이용을 제한하면 적자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택시회사들의 우려에는 공감했다. 대안으로 시는 대중교통이 불편한 65세 이상 노인들까지도 장애인콜택시 이용대상에 포함되도록 관련 조례 제정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대목은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천안시 교통약자의 이동권 확보를 위한 모임의 김성규 대표는 "일반 택시보다 요금이 싼 장애인콜택시에 노인 이용자가 몰릴 경우 자칫하면 장애인들 이용이 힘들어질 수 있다"며 "이용대상의 확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애인콜택시 운행사업이 이래저래 순탄치 않은 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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