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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제공

[문화부 직원들이 들려주는 저작권 이야기 ⑪]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정책과 신종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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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 이었습니다. 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아직까지는 사회적 소수자로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상인이 일상적으로 누릴 수 있는 독서의 기회, 공연 관람의 기회, 영화 등 영상물 감상의 기회가 장애인들에게는 매우 특별한 경우에 누릴 수 있는 혜택입니다.

하지만 이용자가 쉽게 저작물을 접하고, 이용하는 시대를 열어준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장애인들에게 과거에 제약받아온 다양한 정보를 편리하게 접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장애인에게 보다 많은 저작물을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사회적 배려일까 아니면 의무일까 생각해 봅니다. 오늘날 개인의 정체성은 사회적 관계로부터 발생한다고 합니다. 자아에 대한 존중, 존경, 위신 등 사람과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정체성이 자리매김합니다. 이러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사람들은 살아갈 이유를 찾게 됩니다. 특히 디지털 시대에서는 사회적 관계가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정보화 시대 속에서 각종 정보에 대한 접근의 기회는 학문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자유,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실현하는 데 중요한 결정 요인입니다. 따라서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이 정보화 시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은 국가의 배려가 아니라 적극적 의무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국민들의 삶에 개입하는 경우는 사회적 갈등의 해소와 사회 전체의 공공선을 실현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때입니다. 이 때 국가는 누가 옳고 그른가에 대한 시비가 아니라 누구의 의견이 더 좋은가 하는 선호에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작년에 개정된 도서관법과 저작권법은 누가 옳고 그른가가 아닌 어느 것이 더 좋은가에 대한 고민 속에 나온 것입니다. 두 법은 디지털 시대 기술 발전을 적극 수용하여 장애인들에게 저작물 접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내용으로 담고 있습니다.

먼저, 개정 도서관법은 장애인용 자료를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디지털파일을 납본 받을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마련하였고, 저작권법에서는 장애인 단체나 시설에서 점자로 나타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전자적 형태의 정보기록방식[점자로 번역해주는 점역파일], 인쇄물을 음성으로 변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정보기록방식[보이스 아이 등의 음성변환파일], 시각장애인을 위하여 표준화된 디지털음성정보기록방식[데이지(DAISY:Digital Accessible Information System)] 등을 만들 경우에는 저작권에 구애받지 않고 자료를 작성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사실 두 법이 개정되기까지는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장애인 단체는 보다 자유롭게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파일 제공이 이루어 져야 한다고 하고, 반면 저작권자와 출판업계는 자칫 제공된 파일이 불법 유통되지 않을까 우려 속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하지만 개정법들은 장애인 단체나 저작권자, 출판사업자의 의견이 누가 더 타당한가가 아니라 장애인들이 저작물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더 좋은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한 결과의 산물이었습니다.

작년에 개정된 두 법률은 장애인들의 저작물 접근권을 보장하는 중요한 첫 걸음이었습니다. 도서관법에서 규정한 디지털파일납본제도와 저작권법에서 규정한 장애인을 위한 기록방식이 결합한다면 전국의 장애인들이 보다 많은 저작물을 신속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매년 5만 종의 출판물이 출판되는 가운데 그 중 2%만을 시각장애인이 접근가능할 수 있는 등 장애인의 저작물 접근 환경은 아직 열악한 수준입니다. 장애인들이 보다 많은 저작물을 접근할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의 지원과 관심이 필요합니다.

먼저 사회적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장애인들의 저작물 접근문제는 저작권자의 권리제한이라는 갈등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민관학 합동으로 구성된 저작권상생협의체를 통해 장애인단체와 권리자들간의 상호 신뢰와 적절한 보상체계가 논의된다면 장애인들의 삶의 질을 높임으로써 사회통합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장애인용 저작물을 전문적으로 제작, 제공하는 기관을 설립하여 안정적인 유통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작년 영화 ‘해운대’ 파일누출 사건에서 보다시피 장애인을 위한 자료 작성을 위해 제공된 파일이 무단으로 누출되는 사건이 다시 발생한다면 저작권자들이 맘 놓고 파일을 제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좀더 집중적으로 파일을 관리하고 자룔 제작, 배포할 수 있는 ‘장애인독서자료원’ 같은 기관을 설치하여 운영한다면 안정적 자료수급이 가능해 질 것입니다. 물론 권리자들이 제작과정에 함께 참여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대사회의 가장 두드러진 문화적 특징은 물질의 풍요를 넘어서서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고자 현재의 위치를 뛰어 넘는 초월성에 대한 강렬한 열망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이제 장애인들이 이러한 열망을 실현하고 또한 이를 통해 보다 나은 사회적, 경제적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국가의 관련 정책 추진은 배려차원이 아닌 책무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조선 중기 대학자인 정암 조광조 선생은 보편적 인류애를 통하여 모두가 자아를 실현하고 자신과 타인간의 상호 인격의 존중은 물론 동등한 대우와 처우를 받는 완전한 평등과 평화의 ‘대동세상’을 강조하였습니다.
정암 선생의 대동세상론은 디지털 시대 장애인들의 저작물 접근기회 보장을 위한 국가와 사회의 역할이 무엇이지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 이 기고문은 한국지적재산법제연구원에서 발행하는 계간 ‘지적재산권’ 2010년 봄호에 실린 필자의 ‘디지털 시대 저작권과 장애인 저작물 접근권의 조화’ 내용 중 일부를 발췌, 재편집한 것입니다.

 

 | 관광부 저작권정책과 신종필 | 등록일 : 2010.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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