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南' 가서 이루는 장애인 재활 '꿈'
2019.12.16 11:35
‘굿잡장애인자립생활센터’ 강남구 지원 역삼동에 둥지
접근성 높아져 치료 큰도움
접근성 높아져 치료 큰도움
- “와∼”
강추위가 이어진 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강남문화원 2층. 정신지체장애인 박모(28)씨가 체중계에 오르고 저울추가 빙그르 돌아가자 지켜보던 장애인 15명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바늘은 80㎏을 가리키고 있었다. 3개월 만에 무려 20㎏ 이상 줄인 것이다. 거의 활동을 못해 100㎏이 넘던 박씨가 다이어트에 성공한 건 ‘굿잡장애인자립생활센터’(굿잡센터)가 실시 중인 활동서비스 프로그램 ‘주간보호센터’ 덕분이다. 이는 특수학교 등에도 갈 곳 없는 성인 정신지체장애인을 주간에 돌봐주는 활동서비스다.
굿잡센터는 120평의 널찍한 공간에 사무실, 교육장, 보조기기 전시실 등을 갖추고 지역 장애인에게 다양한 활동 서비스를 제공한다. 옮겨다니지 않고서도 상담, 기술교육, 요리 등 활동이 ‘원스톱’으로 가능하다. 정부나 지자체가 아니라 장애인들이 자체 운영하는 데다가 서울 강남 역세권에 대규모 장애인 자조시설이 들어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무상으로 지원받는 시설은 대부분 서울 외곽에 위치해 장애인 접근성이 낮고 시설도 빌린 것이다 보니 음악치료 등을 위해 외부 강사를 부르기에 한계가 있다.
◇7일 서울 역삼동 강남문화원 2층 굿잡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중증 정신지체장애인들이 특수체육 활동을 하고 있다.
굿잡센터가 강남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는 데에는 강남구 도움이 컸다. 3년 전부터 강남구에 공간을 요구해 온 굿잡센터는 지난해 7월 무상으로 강남문화원 입주를 얻어냈다. 굿잡센터는 그동안 논현동 한 오피스텔을 빌려 썼는데, 임대료는 비싼데도 공간이 좁아 불편을 겪었다. 중증 지체장애인을 돌보는 공간은 다른 층에 위치해 장애인과 활동가 모두가 힘들었다.
굿잡센터는 신종플루 등 여러 사정으로 입주식을 미루다가 지난달 29일에야 뒤늦게 행사를 치렀다. 김재익 굿잡센터 소장은 “시민과 장애인이 같이 생활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며 “서울 중심가라고 할 수 있는 테헤란로 한복판에 중증장애인 시설을 처음으로 만들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순희 사무국장은 “한 달 400만원에 달하는 임대료와 운영비가 들지 않아 단체 운영에 숨통도 트였다”고 밝게 웃었다.
맹정주 강남구청장은 “장애인 시설이 멀어 장애인 활동에 어려움이 있어 이용자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문화원 입주를 허용했다”고 말했다.
장원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