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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MBC롯데아트홀 문화바우처로 연극 관람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0-05-19 15:46:56
지난 4월부터 부산 MBC 텔레비전에서는 연극 ‘에쿠우스’를 홍보하고 있었다. ‘에쿠우스’를 5월 14일, 15일, 16일에 MBC에서 공연한다는 것이었다.

우연히 MBC텔레비전을 같이 보게 된 지인이 ‘에쿠우스’가 뭐냐고 물었다. ‘에쿠우스’(EQUUS)는 라틴어로 '말'(馬 horse)이라는 뜻이다. 현대 자동차에서 나오는 에쿠스(EQUUS)도 한글 표기가 다르기는 하지만 말(馬)이라는 뜻이리라.

‘에쿠우스’포스터. ⓒ부산MBC롯데아트홀
에이블포토로 보기▲‘에쿠우스’포스터. ⓒ부산MBC롯데아트홀
그러나 우리 같은 장애인단체가 돈을 주고 연극을 보러가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문화바우처로 연극을 보려고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없었다. ‘문화바우처’에 전화를 하니까 아직은 이르다며 좀 있으면 올라올 것이라고 했다.

하루에 한번 쯤 ‘문화바우처’홈페이지를 들락거리면서 ‘에쿠우스’를 기다렸다. 야호! 드디어 ‘에쿠우스’가 ‘문화바우처’에 올라 왔다. 문화바우처는 1인당 1년에 5,000점인데 연극 같은 경우에는 한편에 보통 2,500점~3,000점이 차감되므로 기껏해야 일 년에 연극 한편 밖에 볼 수가 없다니 이것도 약간은 유감이다.

그러나 ‘에쿠우스’는 보고 싶었던 연극인지라 2,500점을 감수하고 표를 구입했다. 처음에는 10장을 구입하고 싶었지만 200석 한정이라 안 된다고 해서 하는 수 없이 5월 16일 오후 6시 공연표 8장을 신청했다. 처음 ‘에쿠우스’는 10명이 관람하기로 했으나 표가 8장 밖에 안 되는 바람에 겨우 8명을 맞춰 차량 2대로 공연장으로 갔다. 부산 MBC에는 주차장이 여러 곳 있었는데 장애인 주차장은 5층 로비 앞에 노상 주차장이 있었다.

부산MBC롯데아트홀 계단.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부산MBC롯데아트홀 계단. ⓒ이복남
차를 주차 시키고 로비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 아트홀로 내려갔다. 엘리베이터는 투명으로 되어 있어 멀리 바깥으로 푸른 바다와 광안대교를 바라볼 수도 있었다. 아트홀에 도착하여 카운터에서 표를 받아서 8명에게 나눠 주었다. 그런데 안내 하는 아가씨가 우리 표를 보더니 3번 출입구로 들어가라고 했다. 3번 출입구는 계단 위에 있었고, 2번 출입구는 평지지만 우리 자리까지는 더 많은 계단으로 올라가야 된다고 했다.

하는 수 없이 3번 출입구로 들어갔는데 들어가니까 또 높은 계단이 기다리고 있었고, 자리까지는 더 높은 계단을 올라가야 했다. 공연장이라 손잡이도 없는 계단을 위태롭게 그리고 조심조심 올라야 했다. 일행 중에는 목발을 짚는 사람도 있고 의족을 한 사람도 있어 계단은 오르기가 정말 불편했지만 우리 자리는 제일 꼭대기 25열 32번부터였던 것이다. 우리는 장애인인데 이 계단을 어떻게 오르라고 이런 자리에 배치를 하였을까?

‘에쿠우스’에 나오는 말. ⓒ부산MBC롯데아트홀
에이블포토로 보기▲‘에쿠우스’에 나오는 말. ⓒ부산MBC롯데아트홀
아무튼 불이 꺼지고 연극은 시작되었다. ‘에쿠우스’는 영국에서 26마리의 말의 눈을 쇠꼬챙이로 찌른 마구간지기 소년의 실화를 소재로 피터 쉐퍼가 2년 6개월 만에 탈고한 작품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에쿠우스’는 75년부터 무대에 올려 진 장수 연극인데 송승환과 조재현도 예전에는 알런 역할로 ‘에쿠우스’ 무대에 올랐었고, 28년 만에 송승환은 다이사트로 돌아왔다고 했는데 5월 16일 공연에는 조재현과 정태우가 나왔다.

알런 스트랑(정태우)이라는 17살의 소년이 말의 눈을 찌르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사건을 맡은 판사는 소년 알런을 마틴 다이사트(조재현)라는 정신과 의사에게 보낸다. 다이사트는 알런을 치료하기 위해 알런이 왜 말의 눈을 찔렀는가를 알아야 했기에 알런의 부모를 만나는 등 알런을 사건 속으로 몰아간다.

알런은 여섯 살 어린 시절부터 말 즉 에쿠우스를 좋아했는데 알런에게 말은 일종의 경배 대상이자 신앙이었다. 어머니가 소년의 방 벽에 붙여둔 고통 받던 예수의 사진 위에 알런은 에쿠우스의 사진을 붙여 놓고 그를 숭배했다. 누구에게나 말 할 수 없는 ‘자기만의 비밀’이 알런에게는 에쿠우스였다. 다이사트는 고대 그리스의 신화와 유물들을 좋아하지만 알런처럼 대 놓고 좋아하지도 못했기에 오히려 에쿠우스를 숭배하는 알런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출연배우들의 무대인사. ⓒ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출연배우들의 무대인사. ⓒ 이복남
그러다가 나이가 든 알런은 부모 몰래 마구간지기로 취직하여 말들과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으나, 마구간에서 일하는 질이란 소녀와 섹스를 하려다가 실패하고 만다. 알런에게는 신성한 장소인 마구간에서의 섹스는 그에게 죄책감이 들게 했고 그의 행위를 말들이 쳐다보고 있었다는 느낌에 알런은 말들의 눈을 찌른 것이다.

의사 다이사트는 소년 알런이 왜 말들의 눈을 찔렀는가를 알게는 되었지만 알런은 ‘에쿠우스’를 부르짖고 다이사트는 무기력하다. 다이사트는 알런을 정상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만약 알런이 정상적인 사람이 된다면 알런은 행복해 질까. 무엇이 정상이고 어떤 것이 비정상적이라는 것일까. 과연 누가 정상과 비정상을 가를 수 있겠는가 말이다.

MBC아트홀 좌석배치. ⓒ부산MBC롯데아트홀
에이블포토로 보기▲MBC아트홀 좌석배치. ⓒ부산MBC롯데아트홀
‘에쿠우스’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좋은 연극 같았지만 무대가 너무 멀어서 출연 배우들의 얼굴이나 손발의 동작 등 표정 연기를 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안내하는 아가씨들이 곳곳에 있었음에도 관객 중에서 사진을 찍는 건지 휴대폰을 보는 건지 간혹 환한 불빛이 비치면서 신경을 거슬렸다. 관객의 예의 없음인지 MBC측의 관리 부재인지는 알 수 없으렸다.

다음날 ‘문화바우처’에 조심스레 전화를 했다. ‘에쿠우스’는 잘 봤지만 좌석이 제일 꼭대기라서 계단을 올라가기 너무 힘들었다고. 오오 통재라!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내 죄로소이다! 이 모든 것은 알고 보니 필자의 잘못이었다. 처음 ‘문화바우처’에 신청 할 때 구역은 R석 S석 A석으로 구분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필자가 구역을 설정하지 않았으므로 자연적으로 A석으로 신청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에쿠우스’예매내역. ⓒ문화바우처
에이블포토로 보기▲‘에쿠우스’예매내역. ⓒ문화바우처
이미 ‘에쿠우스’는 지난프로그램이 되었으니 더 이상은 어떻게 해 볼 도리도 없었다. 다만 4월 중순에 ‘에쿠우스’를 신청할 때 우리는 장애인단체로 R석이라 2,500점이 차감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음에도 우리 단체는 R석이 아니라 맨 꼭대기 A석으로 되어 1,500점이 차감되어 있었다. 그런데 지난프로그램을 다시 보니 ‘에쿠우스’는 3,000점으로 되어 있었다. 처음 볼 때는 분명 2,500점이었고 우리 단체의 사용내역에도 2,500포인트라고 되어있는데 지금은 3,000포인트라니 뭔가 이상하다. 문화바우처 500포인트면 영화 한편을 볼 수 있는 점수인데 그렇다면 500포인트는 어디로 간 것일까.

* 이 내용은 문화저널21(www.mhj21.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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