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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기고] 활동보조서비스 대란, 정부와 국회는 대안 마련해야
2010년 02월 04일 (목) 16:45:29강현욱(장애인복지대안연대)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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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 사진객원기자
작년 말 한나라당에 의해 주도적으로 처리된 국회예산안 단독처리는 이 땅의 장애인들과 장애인 복지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고 어떤 식으로 취급되고 있는지 그야말로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작년 한해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장애인 관련 예산 증액을 위해 애썼던 당사자들의 온갖 노력은 허공 속으로 증발해 버렸다.

정치인과 고위 공무원들에게 장애인들의 삶과 복지는 무시되어도 좋은 것 혹은 함부로 저질러 놓고 잘 달래면 별일 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듯하다. 자본과 탐욕의 논리, 보잘 것 없고 안이한 반사이익의 정치적 논리, 음험한 묵시적 담합 속에서 장애인 소득보장 예산과 생존권을 담보하는 예산이 사라져버린 것은 가슴 아픈 일이며 분노해야 할 일이며 기억해야 될 일이다.

중증장애인이 삶을 영위하는 데 필수적인 활동보조서비스 예산 또한 증액된 예산 전체가 삭감되었는데 이런 최악의 상황을 예견이라도 했는지 2009년 12월 21일, 보건복지부는 장애인단체 설명회에서 장애인 활동보조 본인부담금 인상과 장애등급재심사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2010년 장애인활동보조 사업지침 변경’ 을 발표해 상황을 더욱더 설상가상으로 악화시켜 버렸다. 사업지침의 주요 내용으로는 ▲활동보조 본인부담금 인상, ▲기존 활동보조서비스 이용자 장애등급 재심사, ▲서비스단가 적용방식 변경, ▲바우처 잔량 지원 변경 등이 포함되어 있다.

복지부의 지침변경은 지난해 10월 말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경기 충북 등 8개 지자체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활동보조서비스 신규 신청을 전면적으로 금지한 이유에 일정부분 기인하고 있다고 본다. 복지부가 16개 시·도 지자체에 예산을 배분하면 각 지자체는 예산에 맞게 자체적으로 신규신청을 받을지 여부를 결정하고 활동보조서비스 사업을 실시하게 되는데 대부분의 지자체는 올해 예산이 작년 예산과 별반 차이가 없다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신규 신청자들을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에 활동보조서비스 신규 신청을 받지 않으려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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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 사진객원기자
각 지자체, 활동보조서비스 신규신청 안 받으려는 움직임  '우려스러워'


그도 그럴 듯이 작년 국회 상임위에서 증액시킨 335억 원이 한나라당의 단독처리로 전액 삭감되어 버려 전년 대비 서비스 이용자를 1만 명 확대할 계획이 무산되고 5천명을 늘리는데 그쳤고 그나마 이것도 작년 11월 말에 2009년 서비스 계획 2만 5천명에서 3천명이 늘어난 2만8천명이 되었기 때문에 예산대로라면 올해 2천명의 신규신청만이 가능하다. 이대로라면 올해도 작년과 같은 활동보조서비스 신규 신청이 금지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고 예산을 비롯한 어떠한 대책도 없다는데 더욱더 충격을 금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2010 장애인활동보조 사업지침은 보건복지부가 장애등급재심사를 강행해 기존 서비스 이용자를 걸러내고 억지 반, 무리 반 서비스 인원을 맞추려는 고육책 내지는 사전에 신규신청을 차단하려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리고 서비스 단가가 7천500원에서 7천200원으로 내렸는데 300원의 감소분까지 본인부담금 인상으로 메우려는 것도 발상 자체가 참 안타깝게 느껴진다. 최대 8만원으로 2배, 과도한 본인 부담금 인상으로 활동보조서비스를 받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보겠다는 소리가 현장에선 들리고 있다.

주지의 사실로 중증장애인이 있는 가정은 부대비용이 엄청 소요된다. 생계비용과 의료비 부담은 이미 지고 있는데다가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지 못할 때의 부담 또한 고스란히 한 가정의 고유한 문제로 귀결이 되고 그것은 중증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의 삶의 질을 급속히 악화 시킬 것임에 틀림없다. 이것은 기초생활 보호 대상 수급자와 차상위층 장애인들은 본인부담금이 상승하지 않았으나, 장애등급 재심사를 통해 활동보조서비스 시간 축소를 이끌어 내고 그나마 경제적 여유가 있는 장애인들과 그 가족에겐 본인부담금을 올려 부족한 예산을 메우겠다는 수작이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하루하루 살아가기에 부족한 활동보조서비스 시간을 축소시키는데도 모자라 돈까지 올려 받겠다고? 해도 해도 너무하지 않는가?

또 바우처 잔량지원변경 역시 한마디 짚고 넘어가자면, 아니 장애인은 자기 삶을 계획할 수 없단 말인가? 그나마 부족한 활동보조 바우처 잔량을 아끼고 남겨서 자신의 계획대로 쓸 수는 없는가? 왜 바우처 잔량이 이월이 되지 않는가? 아니 왜 공무원이나 행정 관료들은 장애인들을 고용장려금이나 수급권, 바우처 부정 수급과 같은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가?

원래 자립생활 이념에서 나온 활동보조서비스는 자기결정권 뿐만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것이다. 부정을 저질러도 그 장애인이 책임질 일을 전체 장애인에게 싸잡아서 왜 지운단 말인가? 올해 중증장애인의 삶과 생존권을 짓누를 이 지침과 행정적 기제가 활동보조 서비스 현장에서 정작 활동보조서비스가 필요한 장애인들이 서비스를 신청하거나 이용하지 못하도록 충실하게 기능할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숨이 막히고 가슴이 답답하다.

장애인을 국가차원에서 보호하는 정부가 되겠다고? 이건 뭐 사기나 우롱도 정도껏 당해야 하는데 할 말이 없다. 보호는 안 해줘도 되는데 제발 중증장애인들 인간답게 살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빛을 보았다고? 대통령, 그리고 국회의원, 정부관료들 진정한 어둠을 알고나 그 소릴 하는가? 그대들 본연의 책무는 우리의 삶에 휘감겨 있는 어둠을 거두어 내는 것이 아니었는가? 왜 당신들 자신의 빛만을 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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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계 단체들은 '개악' 활동보조서비스 지침과 관련해 전재희 복지부 장관과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준호 사진객원기자
자립의지 꺾는 정부의 활동보조서비스 운영방안


2년 연속 활동보조서비스 신규신청 중단에 직면한 사태, 그리고 당혹감과 모멸감에 치를 떨 수밖에 없는 지침은 무엇을 의미하고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정부나 국회가 중증장애인의 자립생활 욕구와 서비스 이용 욕구를 정확히 읽지 못해 이에 맞는 예산 편성을 하지 못했고 학습 없는 상태로 행정적이고 사무적인 잣대로 또 2010년 예산을 편성했다는 사실 밖에 확인할 수밖에 없다. 이 말은 당사자는 생존권 확대요구를 줄기차게 부르짖어도 정작 공허한 외침으로 끝나고 장애인 당사자와의 어떤 협의나 소통 없이 당사자의 의견이 배제된 채 정부와 국회에서 예산이고 지침이고 일방적으로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작년과 올해에 걸쳐 2010장애인예산확보공동행동과 같은 장애인 운동의 연대체는 끊임없이 당사자의 편에서 줄기차게 당사자의 요구를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더욱이 이 문제는 활동보조 서비스가 제도화 되었을 때부터 오래도록 제기된 문제이다.

주지의 사실로 2007년 4월 중증장애인들의 투쟁에 의해 그토록 염원하던 활동보조서비스가 보건복지부에 의해 급작스럽게 시행되었지만 정작 사업집행과정에서 중증장애인들의 의견은 철저하게 무시되었고 터무니없이 부족한 예산에 억지로 끼워 맞추는 재정이나 사업계획은 사업 4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도 어떠한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장애인은 결코 가까이 하기에 너무 먼 당신이나 동정과 시혜를 불러일으키는 무력한 존재나 이 멋지고 아름다운 세상에 기생하는 계급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사람이고 공동체의 구성원이자 이웃임을 제발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중증장애인의 생존을 위한 권리를 보장함에 있어 중증장애인들의 요구와 의견을 반영하라!

정부와 국회, 장애인 현실 끝까지 외면하나

예산과 지침이라는 근본적인 부분 외에도 오랫동안 활동보조서비스를 둘러싼 문제는 너무 많아서 나열하기가 힘들다.

장애인의 입장에서는 역시 제공시간과 대상자 제한의 문제가 여전히 가장 심각한 문제이다. 아직도 대부분의 활동보조 시간이 다양한 인간적인 욕구를 실현하는데 사용되기 보다는 신변처리와 가사에 사용하기 급급하고 기존 복지관 위주의 재가복지 시스템의 가사파견 서비스와 다름이 없다는 사실이 활동보조라는 서비스 이름을 무색케 할 정도이다. 그리고 정신지체, 발달장애, 뇌병변장애 등의 유형에서는 2, 3급도 활동보조서비스가 일상생활에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활동보조인의 입장에서는 먼저 노동기본권의 보장이 문제이다. 중증장애인과 밀접한 이해관계를 가지는 이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은 불안정하고 열악한 환경과 처우에서 일하고 있다. 일용직 노동자에 가깝다고 판정되는,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이들의 강요받는 노동조건과 근무여건은 다름 아닌 장애인의 인권과 그것을 보장하는 이 땅의 사회서비스 현장의 현실인 것이다. 또한 활동보조인 성비의 불균형과 그로인해 파생되는 교육과 사례관리의 문제 역시 심각하다.

사업기관, 특히 장애인 자립생활센터의 입장에서는 위의 중증장애인의 입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들과 활동보조인의 입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들과 아울러 상담 교육 사례관리 갈등조정 사고 대책 등을 책임지며 오직 시간당 2천원의 수수료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국가와 지자체로부터 운영비와 인건비 보조를 받는 복지관과 자활후견기관과 경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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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 사진객원기자
장애인 독립을 위한 활동보조서비스 대안은?


언제나 대안은 무리하기도 하고 지루한 협의를 거치고 느리게 나올 것이다. 허나 중증장애인의 활동보조서비스 평균 72시간의 현실은 너무나 급박하다. 몇 가지 투박한 생각들을 내놓는다.

첫째, 보건복지가족부는 2010년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 지침의 독소조항들을 즉각 철폐해야 한다. 그리고 재정기획부와 함께 대표성과 책임성 있는 중증장애인 단체와 논의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고 그 채널을 통해 새로운 지침과 (추경)예산 안을 편성하는 협의체를 구성하라.

둘째, 보건복지가족부는 대표성과 책임성 있는 협의체들과 활동보조서비스 전반과 중증장애인 자립생활을 위한 위원회를 즉각 구성하여 중증장애인 자립생활 지원을 위한 정책과 예산을 협의하고 소통할 필요가 있다.

셋째, 보건복지가족부는 행정안전부, 노동부, 국방부 등 정부 각 부처와 연계와 협조하여 올해 활동보조서비스 예산이 모두 소진되어 신규신청이 중단되기 전에 공익요원, 여경, 근로 취약계층 등으로 하여금 중증장애인 긴급지원 부서를 구성하여 신규신청이 중단될 때나 활동보조 시간이 감소되어 제때 활동보조를 받지 못해 생존권을 위협받는 중증장애인을 지원하는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넷째, 활동보조서비스의 단가를 상승시켜 활동보조인의 처우를 개선하고 성비 불균형을 해소하기를 바란다. 또한 활동보조인의 서비스 욕구에 따라 그에 맞는 탄력적이고 전문적인 교육과정을 갖추길 바란다. 이를 통해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의 사회적 가치와 장애인의 인권과 생존권을 보장하는 사회서비스가 정당하게 평가되어야 한다.

다섯째, 사업수행기관의 순환 인큐베이터 인증제를 도입하여 적절한 자격을 갖추면 국가의 지원을 통해 공공성과 전문성을 담보해내고 이를 주기적으로 순환시키는 과정을 통해 서비스의 다양성과 공공성을 확대하길 바란다.

여섯째, 현재 중증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는 바우처를 매개로 한 서비스 전달방식으로 시행되고 있으나 이를 단계적으로 공공성을 담보해 내는 사회서비스 전달방식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바우처를 이용하여 중증장애인에게는 자부담을 강요하고 활동보조인의 노동자성이나 노동기본권 같은 문제를 사업 수행기관에게 전가하여 사회서비스 공공성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

현재 보건복지부의 사회서비스의 시장화 전략은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지닐 수밖에 없는 과다경쟁 - 사회서비스시장 환경의 피폐 - 적자생존 - 독점구조 - 차별구조라는 오랜 기간의 암흑기를 거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생겨나는 모든 부작용과 피해는 고스란히 사회서비스 수요자의 몫이 된다.

모든 인간의 현실을 담아낼 수 있는 법과 제도는 없다. 그러기에 공동체의 특정 인간과 계층은 인간사회의 야만과 광기, 부조리를 몸소 느낄 수밖에 없는 법이다. 그 각각의 부조리와 상식의 간격을 얼마만큼 잘 메우는가가 그 사회의 성숙함과 인간다움과 풍요로움의 척도라 한다면 오늘날의 한국사회를 살아가야만 하는 중증장애인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도 그 척도의 한부분에 기꺼이 자리매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정부와 국회는 망설임 없이 그 척도를 위해 적극적으로 부응하기 바란다. 우리 중증장애인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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