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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0-05-10 14:18:05
1. 넌 꿈이 뭐니?

요즘 들어서 가장 고민스러운 주제는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이다. 사실 이 고민은 어릴 적부터 했었다.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넌 꿈이 뭐니?’ ‘넌 나중에 어떤 일을 하고 싶니?’ 이런 질문을 받을 때가 잦았다. 나도 비장애 아동들처럼 꿈이 수시로 바뀌었다. 학년이 올라가고 나이가 들수록 선생님들이 질문하는 방식과 내 대답도 달라져 갔다.

장애의 대해 별다른 생각 없었던 어린 나이 때에는 ‘넌 꿈이 뭐니?’란 질문을 받으면 망설임 없이 ‘학교 선생님이요~'라고 자신 있게 답했다. 그 이유는 내 담임 선생님처럼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열정적인 가르침 주며 아이들과 눈높이 맞춰서 아이들 마음을 읽을 줄 아는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그 꿈은 내 장애와 맞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살며시 접었다.

그리고 학교 선생님들도 내게 ‘무엇을 하고 싶니’라는 질문보다 ‘무엇을 했으면 좋겠다’라는 질문으로 바뀌어 갔다. 그것은 내 장애를 고려한 선생님들의 나름에 배려였다. 나는 비교적 예체능 쪽으로 소질이 보였고, 화가나 글 쓰는 작가를 했으면 한다는 선생님의 바람을 우리 어머니를 볼 때마다 말씀하셨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선생님들이 초등학생인 내게 내 장래의 일에 대해 강요라도 하듯이 말씀을 하셨는지 조금 이해가 된다.

선생님들은 불안하셨던 것 같다. 언젠가는 나와 우리 부모님이 학업도, 꿈도 포기해 버릴 것만 같이 위태로워 보였나보다. 특수학교라서 그런지 초등학교 과정조차 졸업을 못 하고 자퇴를 하는 학생들이 많았고 중증장애아일수록 포기가 빨랐다. 그래서 선생님은 우리 어머님에게 끊임없이 학업을 놓지 말라시며 내 장래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게 하려고 노력을 하신 것 같다. (몇 년 전에 검정고시 시험장에서 내가 다니던 특수학교 선생님 중 한 분을 대필자로 만나 뵙던 기억이 난다. 무척 실망하신 모습이셨다. 그리고 안타까워 하셨다. 항상 농담 삼아 내가 잘 되면 은사님 찾는 프로그램에 나와서 선생님 찾으라고 하였는데 하필 검정고시 시험장에서 만나게 되었으니…. ㅋㅋ)

그런 선생님들 노력 덕분에 초등학교라도 졸업할 수 있었으며, 난 내가 그렇게 쓸모없는 인간이 아니라고 늘 다짐하며 살아갈 수 있었다.

2. 장애와 노동 사이에서

10년 전만 해도 노동에 대한 열망이 무척이나 컸다. 왜냐하면 돈을 벌어야 독립을 할 수가 있다고 생각하였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미친 듯이 고민했었다. 그러나 학벌도 없고 언어장애가 있으니 전화 안내원도 할 수가 없고, 이동이 어려우니 출, 퇴근도 불가능하고 손에도 장애가 심하니 타이핑조차 느려서 문서 업무도 하기 어려운 이 상황은 아무런 대책이 없어 보였다. 따라서 내 상황과 맞는 일을 찾는 것은 어지럽게 이어진 미로 속처럼 아무리 출구를 찾아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웹디자이너란 직업을 알게 되어 배워나갔는데 어느 날 장애운동을 접하면서 활동가가 되었다. (이 운동 쪽으로 관심을 둘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장애로 인해 받았던 차별과 억울했던 세월을 끊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 전까지 단체 상근활동을 해 오다가 그만두었다. 7년 동안 활동을 하면서 수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인권 단체라서 나에게 많은 배려를 해 주었지만 나 스스로 극복할 수 없었던, 극복하지 못 한 것들이 존재하였기에 힘든 상황을 종종 부딪쳤기 때문이다.

또한 건강이 매우 나빠지기도 했고, 한번은 다른 일을 하고도 싶었다. 그래서 현재 디자인 분야를 배우고 있다. 교육을 받으면서 난 다시 고민에 빠졌다. 조금만 움직여도 힘들어하는 내 몸이 장시간 컴퓨터 사용과 더불어 섬세한 마우스 작업을 요구 되는 이 일이 과연 맞을까란 생각이 든다. 같이 교육을 받는 중증장애인들이 땀을 뻘뻘 흘러가며 손의 장애 때문에 뜻대로 클릭되어지지 않는 마우스로 인해 괜한 컴퓨터에 화풀이하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며 중증장애를 가진 몸으로 노동한다는 것에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나 역시 예전처럼 노력하면 된다는 식은 이제 내 몸에서 허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대로 독립을 유지하고 병원에 가서 치료라도 받으려면 돈이 필요하다. 부모님이 약간의 경제적인 능력이 있어서 기초생활수급권자도 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어떻게든 노동을 하여 돈을 벌어야 한다.

중증장애인들 중에 노동을 통해 삶을 살아갈 이유를 찾았다는 이들도 많다. 나도 그런 맘이 들 때도 있는데, 그 이유는 이 사회에서 배척되어온 내가 이 사회 안에서 노동의 통해 무엇인가 해야 될 일이 있다는 것은 존재의 가치를 확인받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기존 사회가 추구하는 노동의 기준과 개념이 바뀌지 않는다면 중증장애를 가진 이들이 노동을 하는 것은 개인이 감당할 몫이 너무 크다. 앞으로 좀 더 고민을 많이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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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상희 (hee81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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