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 대한 배려를 기대할 수 없었던 1960년대에 비장애인 학생과 동등하게 대학 교육의 혜택을 맛봤던 ‘1세대 장애인 대학생’이 후배를 위해 10억원의 장학금을 쾌척해 눈길을 끌고 있다.

　후배 사랑의 감동을 보여준 주인공은 서강대학교 철학과 60학번 김경자씨. 김씨는 지난달 열린 동문 재상봉 행사에서 서강대 동문회 측에 “장애인 재학생을 돕는데 써달라”며 10억원의 기부 약정서를 전달했다. 김씨는 다리가 불편한 장애를 딛고 비장애인 학생들과 동등하게 대학 입시를 치러 서강대 전신인 서강대학의 개교 첫 입학생으로 이름을 올린 ‘1세대 장애인 대학생’이다.

　김씨는 “지체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날 내치지 않았던 학교가 고마워 당시 얻었던 희망을 후배에게 전해주려 한다”며 장애의 역경을 이겨낸 선배의 결실과 성취를 후배에게 전달하는 소감을 밝혔다.

　김씨가 대학에 입학했던 60년대만 하더라도 장애인 학생들이 대학 입시를 치를 수 있도록 배려한 학교는 서강대가 유일했다. 서강대는 학교를 설립하고 운영했던 예수회 신부들이 개교때부터 고수한 ‘장애인 동등 대우 방침’을 고수했지만 다른 대학들은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만 해도 장애인을 ‘유학 결격자’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장애인 수험생으로서의 고충과 서강대에서 얻은 기회에 대한 감회는 고(故) 장영희 교수(영문과 71학번)도 생전에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고(故) 장영희 교수는 아버지인 고(故) 장왕록 서울대 교수가 서울 시내 대학을 직접 돌아다니며 “딸이 대입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지만 기회를 준 학교는 서강대 밖에 없었다고 전한 바 있다.

　번역문학의 태두인 고(故) 장왕록 교수의 후광도 쉽게 통하지 않았던 장애인 수험생의 대입은 1994년에야 특수교육진흥법(현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13조에 명문화 되면서 평등한 대학 입학의 기회가 보장되기 시작했다.

　서강대 동문회는 김씨가 쾌척한 기금에 장애인 대학생의 길을 선도하고 사업으로 성취를 일군 김씨의 가톨릭 세례명을 따서 ‘로사 장학금’이란 이름을 붙이고, 다음해부터 매년 약 10명의 장애 학생들에게 혜택을 줄 예정이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m.com